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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U. S.

계획없이 떠난 미국 동부 5박 6일 배낭여행 5일차 워싱턴 (1)

필라델피아를 떠난 버스는 잠시 볼티모어 터미널에서 정차했다


그리고 두시간 여를 달려 도착한 워싱턴 유니언 스테이션

각종 버스와 Amtrak 기차의 종합 터미널이다

내일 여행을 끝마치고 시카고로 돌아가기 위해 다시 와야 할 곳이기도 하다


출발하기 전에 필라델피아 리딩 마켓에서 먹었던 스파게티는 이미 에너지로 다 바뀌고

주린 배를 잡고 어딘가 먹을곳이 없을까 어슬렁 거리던 도중 일식집을 발견했다

미국에서 하얀 쌀밥과 달콤짭잘한 소스를 베이스로 한 일식집을 마주치면 가끔 한식보다 반가울 때가 있다


아마 터미널에 일식집에 한 곳 뿐이라 검색하면 바로 나올지도 모르겠다

(이 장어덮밥을 다음 날 기차를 타기 전 또 먹었다)


해는 지고 밤은 찾아오고

이제 예약해둔 숙소로 가야 할 차례다


환승을 한 번 하고나서 도착한 Columbia Heights Station

자 이제 구글 맵과 위치가 적혀있는 안내 문서를 보며 숙소로 갈 일만 남았는데


아래 사진을 찍기까지 나는 이 숙소가 속한 블럭을 두 바퀴나 돌아야 했고

숙소에 들어가서 방을 찾지 못해 일본인 가족에게 내 방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 물어보기까지 했다

이 숙소는 미국식으로 지어진 2층짜리 건물로 겉으로 보면 전혀 숙박업소임을 알아차릴 수가 없었고

안내 문서에 적힌대로 나는 늦은 시간에 도착했기 때문에 안내를 받을 수 없었다


그리고 숙소에 겨우 들어갔을 때는 약간 큰 게스트하우스라는 느낌을 받았다


처음 숙소에 겨우 들어갔을 때 거실에선 우리나라 사람처럼 보이는 아주머니와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아이 한명이 거실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아마 판다 익스프레스였던걸로 기억한다)

내가 혹시 한국인이냐고 묻자 자신들은 일본에서 왔다고 했다

그리고 남편이 영어를 할 줄 아니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했다


불행히도 남편분은 거실의 소파에서 피곤한 얼굴로 잠에 빠져 있었는데

아들이 깨우자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가족끼리 쓰는 일본어를 가까이서 처음 들어봐서 신기했다)

정말 죄송하다며 혹시 방을 어떻게 찾는지 물어보자 자신도 잘 모르겠다며

2층으로 올라가 차례차례 방문들을 두드려보는건 어떻겠냐고 했다

들어보니 괜찮은 방법인것 같아 내가 아는 일본어 감사 표현을 빌려 인사를 전하고

윗층으로 올라갔다


정말 다행히도 한 번에 빈 방을 찾을수가 있었고

도어락에 미리 폰으로 발송된 비밀번호를 누르자 문이 열렸다


방은 가정집처럼 꾸며놓았는데 동양적인 분위기가 참 마음에 들었다

너무 늦게 도착했고, 다음 날 아침 일찍 떠나야 하는게 아쉬울 정도였다

그리고 이 분위기를 짧은 시간이지만 최대한 즐기리라 마음을 먹고 근처의 Target으로 맥주를 사러 나갔다


현관문으로 나가려 1층으로 내려갔는데 아까 나를 도와주었던 일본인 가족이 있었고

내가 방을 잘 찾았는지 궁금해 하는 눈치길래

정말 짧은 일본어로 '성공 했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는데

분명 뜻은 전달되었지만 내 발음이 서투르게 들렸는지 '하하'하고 웃어주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 두 장)

6캔짜리 맥주팩을 사와 무드등을 키고 아무 걱정 근심없이 맥주를 들이키며 만화책을 읽었다

5캔쯤 마셔갈 때 쯤 내일의 계획도 해 보았다


이젠 하룻밤만 자면 이 서툴고 비와 온종일 함께 한 나만의 동부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어떤 하루가 기다리고 있을지 설레는 마음으로

그리고 혼자지만 내 침대와 책상이 있는 시카고로 돌아가고 싶은 향수로

아픈 다리와 어깨를 달래며

알콜에 취해 넓고 푹신하고 외로운 침대에서 잠이 들었다